어릴 적 꼬깃꼬깃한 용돈을 들고 학교 앞 분식집으로 향하던 그 설렘을 기억하시는지. 오늘은 그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간판마저 희미한 조치원의 숨은 맛집, ‘먹거리식당’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볼까 합니다. 천안에서 조치원까지, 맛있는 밥 한 끼 먹겠다는 일념으로 달려왔으니, 기대해도 좋으실 거여요.
간판이 닳고 닳아 흰색으로 바랜 모습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데, 왠지 모르게 정겹고 끌리는 느낌이랄까요. 마치 누가 지우개로 쓱쓱 지워놓은 듯한 간판을 보고 있자니, ‘아, 제대로 찾아왔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허름한 외관에 혹 ‘여자들이 싫어하겠다’는 생각도 잠시 스쳤지만, 이런 곳이야말로 진짜 숨은 맛집 아니겠어요?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왁자지껄한 분위기와 함께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찌르니, 어서 자리에 앉아 밥을 비벼 먹고 싶은 마음뿐이었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김치찌개 2인분을 주문했습니다. 잠시 후, 상다리가 휘어질 듯한 밑반찬들이 쫙 깔리는데, 이야… 이모님 손 크신 것 좀 보소! 얼갈이 김치, 콩나물, 김, 계란말이 등등, 10가지가 넘는 반찬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은 모습이 어찌나 푸짐한지. 어릴 적 할머니 댁에서 밥 먹던 그 시절로 돌아간 듯했습니다. 요즘 세상에 이런 인심, 정말 귀하잖아요.
특히 눈에 띄는 건, 큼지막한 계란말이였어요. 요즘 계란값도 비싼데, 이렇게 푸짐하게 내어주시다니, 이런 게 바로 시골 인심 아니겠어요? 칼로 숭덩숭덩 썰어낸 듯한 투박한 모양새지만, 젓가락으로 툭툭 건드려보니 얼마나 부드러운지, 입에 넣기도 전에 살살 녹을 것 같았습니다. 한 입 베어 무니, 촉촉하고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어릴 적 소풍날 엄마가 싸주시던 그 맛이 떠오르더라구요.

김도 그냥 김이 아니었어요. 옛날 할머니가 집에서 직접 구워 맛소금 솔솔 뿌려주시던, 바로 그 맛! 바삭바삭하고 짭짤한 김에 따끈한 밥 한 숟갈 싸 먹으니, 꿀맛이 따로 없었습니다. 도시에서는 맛보기 힘든, 정겨운 집밥의 향기가 느껴졌어요.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김치찌개가 등장했습니다. 뚝배기 가득 담겨 나온 찌개는 보기만 해도 마음이 푸근해지는 비주얼이었어요. 묵은지 특유의 깊은 맛과 돼지고기의 푸짐함이 느껴지는 찌개는, 마치 김치찜과 찌개의 중간쯤 되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국물을 한 입 떠먹어보니, 살짝 단맛이 감돌았습니다. 묵은지의 신맛을 중화시키기 위해 설탕을 조금 넣으신 것 같았어요. 제 입맛에는 살짝 단 감이 있었지만, 밥이랑 같이 먹으니 딱 좋더라구요. 푹 익은 김치와 부드러운 돼지고기를 밥에 얹어 슥슥 비벼 먹으니, 밥도둑이 따로 없었습니다. 정신없이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워냈지 뭐예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식당 내부는 요즘 젊은 친구들이 선호할 만한 세련된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테이블도 낡았고, 바닥에 앉아서 먹어야 하는 불편함도 있었어요. 하지만 저는 오히려 이런 노포 분위기가 더 정겹고 좋았습니다. 마치 어릴 적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한 푸근함이 느껴졌거든요.

사장님 내외분은 또 얼마나 친절하신지. 도시의 세련된 친절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투박하면서도 진심이 느껴지는 따뜻함이 있었습니다. 츤데레 스타일이라고 해야 할까요? 무뚝뚝한 표정으로 “맛있게 드셨어요?” 물어보시는 모습에 괜스레 마음이 훈훈해졌습니다. 아드님도 함께 일하시는 것 같았는데, 어찌나 싹싹하고 친절하신지, 덕분에 더 기분 좋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음식을 재탕하지 않으신다는 점이었어요. 손님들이 나가자마자 남은 음식을 모아서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리시는 모습을 보고, ‘아, 이 집은 정말 믿고 먹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래된 식당이지만, 위생에도 신경 쓰시는 모습에 더욱 믿음이 갔습니다.
워낙 푸짐하게 주셔서 찌개가 많이 남았는데, 포장도 흔쾌히 해주셨습니다. 포장 용기 값 1,000원을 받으셨지만, 오히려 미안해하시는 모습에 제가 더 죄송스러웠어요. 양도 어찌나 많이 담아주셨는지, 집에 와서 다음 날 아침까지 맛있게 먹었답니다.

계산을 하면서 여쭤보니, 동태찌개도 많이들 드신다고 하더라구요. 다음에는 꼭 동태찌개를 먹어봐야겠습니다. 아, 그리고 음식이 전체적으로 살짝 짠 편이니, 싱겁게 드시는 분들은 미리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먹거리식당은 맛과 가성비, 인심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정말 소중한 곳이었습니다. 화려한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따뜻한 집밥이 그리울 때,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고 싶을 때, 꼭 한번 방문해보시길 추천합니다. 분명 조치원 최고의 맛집 중 하나로 기억될 거예요. 저도 다음에 또 방문해서, 이번에는 반찬통을 꼭 챙겨가야겠습니다. 큭.
아, 그리고 점심시간에는 손님이 몰려서 기다려야 할 수도 있으니, 시간을 잘 맞춰서 가시는 게 좋을 거예요. 그리고 외관만 보고 실망하지 마세요! 안에 들어가면 분명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오늘도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따뜻한 마음까지 얻어 돌아갑니다. 먹거리식당 사장님, 오래오래 건강하게 장사하세요! 다음에 또 올게요!





